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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 투우] 투우사가 소뿔에 받쳐 실려나간 경기를 직관한 후기(잔인한 사진 없음)

요잉크 2023. 7. 6.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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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우... 동물권이니 뭐니 논란은 일단 제껴두고, 마치 마드리드에서 정식 근위병 교대식을 거행하면 맞춰서 구경 나가듯 내가 세비야에 있는 동안 투우 경기가 열린다길래 일정이 맞으니까 투우를 보기로 마음 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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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예매는 이곳에서 할 수 있지만, 이곳에서 예매를 하면 1회도 아니고 1인당 약 2.2유로의 수수료가 드는 듯 했다. 그렇다고 자리가 매진되는 것도 아닌 것 같고, 투우를 볼까말까볼까말까 당일이 돼서도 결정하지 못했던 우린 그날 즉흥적으로 투우 경기장에 아예 가서 경기를 예매하기로 마음 먹었음ㅋ

 

구글맵에서 투우 경기장을 치면 어디가 매표소인지 알길이 음스므로 이곳으로 가면 된다.

 

6월 29일에 투우 경기가 열리는 건 확인을 했고... 문제는 도대체 매표소를 언제 여냐는 건데...

 

일단, 경기 자체를 보는 것이 아닌 투우 경기장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9시 30분까지 인듯 하니(단, 경기가 있는 날은 오후 7시 30분까지) 매표소도 그쯤 열겠다 싶어서 물어물어 매표소로 찾아간 우리는?! 대ㅋ성ㅋ공ㅋ

 

 

매표소에 있는 분께 우리가 29유로 정도의 자리를 고려하고 있는데 이 예산 쯤에서 어느 자리가 좋냐고 물어봤더니, SOMBRA(즉, 그늘에 있는 자리)가 제일 좋다고 했다. 여기서 SOL은 해가 드는 곳임. 돈은 별로 들이고 싶지 않고, 햇볕에 앉아있고 싶지도 않았던 우린 몇번 질문을 한 끝에 그 중간인 TENDIDO 자리를 예산을 10유로 초과한 39유로를 주고 입장권을 샀다ㅋ

 

이걸 지도에서 보면

 

이 자리에서

 

 

저 초록색으로 표시한 자리 바로 옆이다(저건 1번). 자리에 대한 감상은 잠시 후 저~~~ 밑에서!

 

 

쟈쟈쟌~ 전리품! 2023년 6월 29일 21:00에 열리는 투우 경기를 TENDIDO 6구역의 FILA 8a의 2번 자리에서 보게 되었듭니다. 역시나 직접 예매를 하니 수수료는 전혀 들지 않고 그냥 깔끔하게 39유로였다. 아이져아ㅋ

 

 

 

그렇게 한참 다른 곳을 돌아다니다가 21:00쯤이 돼서 근처 까르푸에 들어가 거대한 물 한 병을 사고 입장을 했더니.. 물병을 발견한 직원이 뚜껑을 버리라고 했다... 응? 왜 뚜껑만? 다 버리라고 하면 쿠데타가 일어나나? 아니면 뚜껑만 던지는 인간이 있나? 내가 락페스티벌에서 무대로 물병 던지는 인간은 존나 많이 보긴 했는데 뚜껑이요? 날아가다가 걍 앞사람만 맞을듯. 아~ 앞사람이랑 싸우지 말라고 버리라고 했나봄ㅋ... 그게 아니고서는 이해가 안 간다.

  

 

두둥... 뒤에서 11번째를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경기장이 너무너무 가깝자나!!!!! 헐ㅋㅋㅋㅋㅋ 저~기 위에 지붕이 있는 곳이라도 존나 가깝게 보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내가 있던 자리는 Sol y SOMBRA(즉, 햇빛 반반무마니)였으나 내가 간 시각에는 해가 들지 않았음.

 

하지만, 해가 들지 않는 좌석 SOMBRA(사진 기준 왼쪽)는 다음과 같은 2가지 이유 때문에 SOL (사진 기준 오른쪽)자리보다 더욱 비싸다.

 

첫 번째! 해가 안 든다. 단순히 해가 들지 않아서 직사광선을 쬐지 않을 수 있는 것도 혜택이지만, SOL 좌석은 그간 햇빛으로 달궈진 좌석 때문에 해가 지든 말든 존나 뜨거울 거임 ㄷㄷㄷ 내가 산 좌석은 뜨겁지 않고 좋았다.

 

그리고 두 번째는?

 

 

자, 아까 사진 기준에서 왼쪽인 이 곳에서 주로 경기가 치러지기 때문!!!!

그러니, 잔인한 것을 못 보는 사람은 SOL 좌석으로 가서 멀~~~~~~~~~리서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은 방법이다.

 

 

중도의 길을 택한 우리는 시야도, 햇빛도 모든 면에서 중도의 길을 걸었듬 캬캬.

 

경기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고로 소의 모든 상처 사진을 모자이크 했으니 안심하고 둘러보세요)

 

 

 

 

 

24시간 동안 암흑에 갇혀있던 소를 갑자기 풀어줘서 경기장으로 보낸다. 소가 당황해서 뛰쳐나오면서 경기장을 돈다.

 

그럼 이렇게 페네오라고 부르는 보조 투우사가 비싼 좌석인 SOMBRA 쪽에 몰려있으면서 소를 유인한다.

 

 

 

그리고 기마병인 피카도르가 소를 창으로 찌르고(첫 경기가 벌어졌을 때 무슨 고장난 녹음기처럼 옴메메옴메메옴메메를 반복했다... 아이고... 저런 장면을 내 쌩눈으로 보다니 아이고)

 

 

 

반데리예로가 소에게 작살을 6개 정도 꽂은 다음

 

 

 

 

마타도르라는 불리는 경기의 주인공이 나타나 붉은 천과 검을 들고 소와 대결을 한다.

 

이 짓을 6번이나 반복한다. 경기는 한번당 20분 정도 걸림.

 

근데 참...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처음에 소가 막 창에 찔리고 피가 나고 하는 거 보고 너무나도 충격이었는데, 그걸 6번 정도 보게 되니까 점점 내 눈앞의 일이 현실 같지도 않고 걍 영화 같더라는 거다.. 세상에... 그리고서는 관중이 뭔가 마타도르의 움직임에 호응하는 게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가장 큰 환호와 박수가 나오는지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친구와 의논 끝에 뭔가 움직임이 아슬아슬하고 역으로 도는 위험한 동작을 취하면 사람들이 오이!! 오이!!! 오이!!! 하다가 박수 치고 그러더라고??

 

 

그렇게 6번째의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도파민에 절여진 나의 뇌는 지루한 투우 경기에 지쳐갔다. 현실감도 점점 떨어져갈 무렵, 마지막 경기에서.... 

 

 

 소와 막바지로 1대 1 대결을 펼치던 이 분은 5초 뒤,

 

 

 

소 뿔에 받쳐 쓰러지시고 소한테 몇 번 짓밟힌 다음 저렇게 보조 투우사의 손에 실려나가게 되오................................. 내 살면서 이렇게 옴멤멤메옴멤메를 연타해본 적이 있던가? 아마 별로 없을 거다. 부디 무사하시게나....

 

참, 위험한 스포츠야... 소한테도, 인간한테도.

 

 

 

실려나간 마타도르 대신 다른 마타도르가 나와서 소와 대결을 해서 끝이 남.

 

 

감상이요? 굳이 투우가 동물권과 관련된 일이 아니더라도 수요가 없어져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 같다. 왜냐고? 아주 옛날 오락거리가 없었을 시절이라면 모를까, 이젠 너무나도 자극적이고 도파민이 흘러나오는 컨텐츠가 많은 현대인들한테는 굉장히 루즈하고 지루하거든. 그러니 국가에서 굳이굳이 역사 문화재(?)로 지정해서 국가 차원에서 양성을 하지 않는 한,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 같다. 실제로 투우사를 지원하는 지망생도 아주 많이 줄어들었다고 들었음. 지금도 여름에 일주일에 한번 정도만 경기가 열리고 다른 계절에는 잘 열리지 않는 것 같다.

 

이걸 토대로 감상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없어지기 전에 봐둘 사람은 세비야든 어디든 스페인을 방문했을 때 시간이 맞아 경기가 열린다면 아주 바쁜 게 아닌 이상 구경하세요!"

 

 

이 정도를 남길 수 있겠다.

 

 

그럼 투우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찍은 세비야 대성당 사진을 올리며 이번 포스트도 마무으리!